DayOne · 2026. 10. 1.
카드왕 김현금이 진짜로 카드쇼를 열었어요. 이름은 코리아 스포츠카드마켓, 그 1회차입니다.
포켓몬도 없고 TCG도 없고, 스포츠카드만 모인 자리였어요. 오픈 10분 전부터 문 닫을 때까지 곽PD님이 따라다니며 찍었고, 영상은 18분 정도 돼요.
테이블 위엔 행어팩, 셀렉트 같은 박스들이 쌓여 있고 카드왕은 정신이 없어 보여요. 퀴즈 맞히면 주는 경품도 있고, 미성년자한테는 팔 수 없는 물건은 럭키드로우 박스로 돌렸대요. 이런 데서 운영하는 사람 티가 나죠.
첫 거래는 의외로 포켓몬 카드였어요. 스포츠카드 행사인데 한 분이 포켓몬 카드를 들고 왔거든요. 전에 "만 원에 사겠다"고 했던 말이 있어서 정말 만 원에 샀습니다. 거래가 끝나면 둘이 카드 들고 사진을 찍는데, 이게 카드판 문화래요.
셀러로 나온 SH70 님은 테이블에 고가 카드가 한가득이었어요. 카드왕 표현으로는 "도파민에 절여진 분".
온라인 브레이크 사이트 블레즈에서 좋은 카드가 보여서 눌러 봤는데, 이멀큘레이트 트리플 오토가 나왔대요. 코비, 듀란트, 그리고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 세 명이 같이 사인한 카드요. 그 뒤로 블레즈의 노예가 됐는데 지금은 끊고 참는 중이라고.
카드를 시작한 계기를 물으니 90년대 농구 얘기가 나와요. 다들 조던을 좋아할 때 혼자 데니스 로드맨을 좋아했대요. 스타일이 크레이지해서요. 10년 가까이 모으다가 군대 가면서 접었고, 30대가 돼서 다시 시작했대요.
이제는 돈이 있잖아요. 어렸을 때 모았던 카드를 다시 모으는 거죠. 투자라기보다 행복해서 모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는 "근데 뭐 둘 다 될 수는 있겠죠" 하고 웃었어요. 스포츠카드만 하는 쇼는 처음 본다며, 할 만한 아이디어였다고 해 줬고요.
카드쇼 안에 킴케이 님이 운영하는 카드 클리닝 부스도 있었어요. 스포츠카드는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상처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최상으로 손봐 주는 곳이에요.
라이트를 비춰서 스크래치나 코너 상태를 먼저 보고, 스크래치는 약품으로 지우고, 휜 카드는 펴 준대요. 등급이 예전보다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본인 입으로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니다"라고 먼저 말한 게 오히려 믿음이 갔어요.
가격은 이 부스를 통해 등급까지 맡기면 장당 1만 원, 클리닝만 하면 1만 2천 원이었어요. 카드왕이 직접 초대한 부스라 2회, 3회에도 같이 간대요. 약속까지 했습니다.
이 카드쇼의 숨은 장점은 밥이에요. 카드왕 본업이 요리사잖아요. 제육볶음, 돈가스, 소시지야채볶음에 샐러드 코너까지 한식 뷔페를 차렸어요. 직원분들이 바쁜 와중에 같이 준비했대요.
카드 보러 갔다가 밥까지 먹고 오는 카드쇼, 흔하진 않죠.
결혼 준비 때문에 수집을 정리하는 분도 만났어요. 아내분이 빨리 처분하라고 했다고. 카드왕은 언젠가 몰래 돌아올 거라고 믿는대요. 아들이 생기면 "너 누구 좋아해?" 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면서요.
다시 돌아오실 날, 저는 문을 살짝 열고 기다리겠습니다.
아빠 따라온 꼬마 참가자도 있었어요. 좋아하는 선수는 손흥민. 아빠한테 좋은 카드 사 달라고 했더니 "좀 더 생각해 보라"고 했대요.
카드왕이 해 준 조언이 이거예요.
세상은 딜하면서 살아야 됩니다. 아빠, 나 몇 등 하면 이거 사 줘.
다음 카드쇼엔 좋은 손흥민 카드 하나 들고 오기로 약속했어요.
팩을 같이 까던 고3 친구한테 내기를 걸었어요. 더 좋은 카드 나오는 쪽이 이기는 걸로. 카드왕이 이기면 인터뷰를 해 주는 조건이었는데, 카드왕이 이겼어요.
형이 같이 가자고 해서 왔다는 이 친구는 오타니를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서 마음이 아프대요. 좋아하는 농구 선수는 웸반야마. 인터뷰가 고마웠던 카드왕은 그 자리에서 깐 카드를 전부 가져가라고 했어요. 연락처도 받아 갔어요. 괜찮은 카드 나오면 선물해 주겠다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카드 카페, 햄튼파이브를 운영하는 에너자이저 님도 왔어요. 카페 이름은 예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타팅 멤버를 부르던 별명에서 따온 것 같아요. 스포츠카드가 중심인 카드쇼는 오랜만이라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았대요.
어릴 때 추억으로 시작했는데 모으다 보니 생각보다 금전적인 가치가 생겼고, 그래서 취미이자 투자인 하이브리드 같아서 더 재밌대요. 원래 자 모란트를 엄청 좋아했는데, 선수 쪽 이슈로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순수한 수집가"가 됐다고 해서 다 같이 웃었어요.
주식 같은 거잖아요. 내 안목을 시험해 볼 수 있으니까요. 카드는 재밌는 투자예요.
이날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에요. 아이디가 미스터 손샤인이에요. 원래 다른 닉네임을 쓰다가 해외에서 쓰기 좋게 바꿨대요. 빛나는 손흥민 카드를 모은다는 뜻이고요.
처음 산 손흥민 카드는 베이스 버전이었는데, 그 추억을 다시 새기려고 같은 카드를 모조 패러럴로 또 샀대요. 앞으로도 손흥민만 모을 거래요. 손흥민 카드는 오히려 비싸게 사 준다고 하니, 갖고 계신 분은 참고하세요.
손흥민이 어떤 존재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어요.
손흥민이 없었으면 제가 살아 있었을까 싶어요.
축구하다 크게 다쳤는데, 손흥민 선수 영상을 보면서 재활을 버텼대요. 지금은 잘 지내고 있고, 언젠가 축구 경기를 같이 보는 스포츠펍을 차려서 손흥민 카드를 전시하고 트레이드도 하고 싶대요. 카드왕은 그때 음식 레시피를 봐 주겠다고 했어요. 요리사다운 약속이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카드를 파는 셀러분도 만났어요. 처음엔 야구로 시작해서 탑스 나우, KBO 시리즈 같은 싱글 카드를 주로 올리고, 농구와 하키로 넓히는 중이래요. 나중엔 포켓몬까지.
원래 포켓몬 카드를 하다가 스포츠카드가 돈이 된다는 말에 넘어왔는데, 돈을 더 많이 쓰게 됐다고 웃더라고요. 스포츠에 빠져 있던 것도 아닌데, 돈을 쓰고 나니 내 카드 선수가 잘하는지 궁금해지고, 그러다 그 팀을 응원하게 됐대요. 카드 하는 분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
카드를 즐겁게 모으는 팁도 두 개 줬어요.
마지막은 같이 행사를 연 하비스 대표님이에요. 카드쇼에 참가하는 걸 원래 좋아했는데 처음 주최해 보니 너무 좋았대요.
TCG랑 같이 하는 카드쇼에선 스포츠카드가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스포츠카드만 하니까 반응이 좋았대요. 앞으로 이런 행사를 더 할 거래요.
스포츠카드를 한 문장으로 말해 달라고 했더니 "인생이다"라고 했어요. 1990년에 처음 팩을 깐 뒤로 거의 쉬지 않고 해 왔는데, 취미가 지금은 업이 됐다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행사가 끝나고 카드왕이 털썩 앉아서 한 말이 이거예요. "끝났다."
처음엔 쉽게 생각했대요. 이렇게 하면 되겠지, 했는데 그게 안 되더래요. 카드 하는 분들한테 조언도 많이 구하고, 동선 레이아웃도 몇 번을 바꾸고, 현수막을 맞출지 말지까지 고민했대요. 결국 고른 답은 이거였어요.
무조건 해 보자. 해 보고 욕먹자. 해 보고 피드백 받자.
그렇게 한 달 반을 준비했어요. 인터뷰를 프로처럼 매끄럽게 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서투른 거북이 같다고. 그래도 거북이도 추진력 받으면 꾸준히 가잖아요.
카드쇼가 전부는 아니래요. 카드라는 콘텐츠로 재밌게 유튜브를 하는 게 제일 큰 목표고요. 곽PD님은 옆에서 "이거 잘되면 회사 탈출하는 거죠"라고 했고요.
마지막 비유가 좋았어요. MMORPG도 계정 만드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오늘 카드왕이 되기 위한 첫 계정을 만들었으니, 이제 레벨업만 하면 된대요.
카드왕 파이팅.
2회 카드쇼 소식은 DayOne에서 전해 드릴게요. 다음 영상은 카드왕 김현금 유튜브에서 볼 수 있어요.